2026년 10월, 네이버 지식iN에 이런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.

남자 25살 모쏠이면 가망없나요

같은 사람이 쓴 것으로 보이는 글이 보름 동안 제목만 바꿔 네댓 번 더 올라왔다. “남자 25살 모쏠인데요”, “남자 25살 모쏠이면 연애 한번 해볼까요 그냥”. 답을 못 들었다는 뜻이다.

이 질문은 한 사람의 것이 아니다. 에펨코리아 연애상담 게시판에서 제목에 ‘모쏠’이 들어간 글은 약 2,280건이고, 가장 최근 20건 중 8건은 제목에 나이를 박아 놓았다. 21살, 27, 29, 34, 40세. 디시인사이드 고민 갤러리에는 “34살 모쏠 진지하게 인생망함?”이라는 글이 열흘 사이 다섯 번 올라왔다.

제목만 모아 보면 공식이 하나 보인다. 나이 + 연애 경험 없음 + “늦었나 / 가망 있나 / 망했나”. 연애를 어떻게 하느냐를 묻는 글이 아니다. 지금 내 상태가 아직 정상 범위 안에 있느냐를 묻는 글이다.

답은 두 가지밖에 없다

하나는 “포기하지 마”. 지식iN에는 “25살에 첫 연애를 시작하는 사람도 생각보다 많아요”라는 답이 붙는다. 근거는 없다. 에펨코리아의 27살 글에는 “27이면 현역인데”가 붙고, 바로 아래에는 서른을 넘기면 훨씬 괴로워진다는 댓글이 붙는다. 격려인데 읽고 나면 더 불안해진다.

다른 하나는 “포기해”. “30까지 모솔남이면 걍 포기해라 제발.” 한 연애 게시판 글의 첫 문장이다. 나머지는 그 나이까지 혼자인 데는 이유가 있다는 단정이다.

양쪽 모두 숫자를 꺼내지 않는다. 그래서 같은 게시판에 “에이 30살 모쏠이 어딨음 ㅋㅋ”와 “진짜 연애 0번이 있어?”라는 댓글이 함께 달린다. 아무도 실제 비율을 모른다.

열 명 중 세 명

숫자는 있다. 그리고 조사마다 꽤 일관된다.

KDI국제정책대학원 연구팀이 한국·미국·일본·중국·스페인의 미혼 18~39세 8,242명을 조사한 결과, 연애 경험이 한 번도 없는 한국 20대 미혼 남성은 31.9%였다. 열 명 중 세 명이 조금 넘는다.

다른 조사도 같은 범위에 있다. 인구보건복지협회의 2022년 조사에서 19~34세 비혼 청년의 29.1%가 모태솔로였고, 피앰아이의 2025년 조사에서는 20대 미혼의 29.8%가 연애 경험이 전혀 없었다. 30대로 가도 0이 되지 않는다. 피앰아이의 2023년 조사에서 30대의 16.0%, 여섯 명 중 한 명이 연애 경험이 없었다.

당신이 25살이고 연애를 한 번도 안 해 봤다면, 당신 또래 남성 열 명 중 세 명과 같은 상태다. 소수가 아니다. 희귀한 경우도 아니다. 늦은 것도 아니다. 그냥 흔하다.

그런데 왜 희귀하게 느껴질까. 연애를 안 한 사람은 그 얘기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. 네이트판의 27살 질문에 달린 댓글이 정확하다. “말을 안해서 그렇지 여자고 남자고 27살 모솔 의외로 많아요.” 술자리에서 연애 얘기를 하는 사람은 연애를 한 사람이다. 안 한 사람은 조용히 듣는다. 그래서 체감 비율은 실제 비율보다 늘 낮다. 열 명 중 세 명이 각자 “나만 그런 줄” 알고 있다.

‘30이 데드라인’은 어디서 왔나

그러면 “30 넘으면 끝”이라는 말은 어디서 나왔을까. 통계에서 나오지 않았다.

오히려 반대 방향의 숫자가 있다. 한국리서치의 2025년 결혼인식조사에서 18~29세 남성이 생각하는 남성의 이상적 결혼 나이는 1년 사이 30.8세에서 32.5세로 올라갔다. 데드라인을 가장 세게 믿는 집단이 스스로 그 선을 뒤로 밀고 있다. 미혼 남녀가 결혼을 긍정적으로 보는 비율도 2024년 55.9%에서 2026년 65.7%로 올랐다.

나이가 아무 상관 없다는 말을 하려는 건 아니다. 서른다섯과 스물다섯은 다르고, 만나는 사람의 풀도 달라진다. 하지만 “25살이면 가망 없다”, “30이면 끝”이라는 선은 어떤 조사에도 없다. 그 선은 커뮤니티 댓글에 있다. 그리고 댓글을 쓴 사람도 통계를 본 게 아니라 자기 불안을 쓴 것이다.

데드라인은 사실이 아니라 신념이다. 신념은 숫자 앞에서 생각보다 쉽게 무너진다.

질문 뒤에 있는 질문

지식iN의 25살 질문자는 본문에 이렇게 썼다.

올해 남은 두달안에 어떻게든 해야하나요

내가 연애가 처음이라 노력해도 잘 안되는게 있을거아니에요 그런 부분에 상대가 실망할까봐.. 이 나이면 그래도 몇번 연애 해봤을거라 생각할텐데

제목은 “가망 없나요”였지만, 본문의 걱정은 다른 것이다. 서툰 걸 들키면 어쩌나. 그리고 “올해 남은 두 달”이라는 데드라인. 그 데드라인은 누가 정했나. 본인이 정했다.

이게 나이 질문의 실체다. 늦었냐는 질문 뒤에는 거의 항상 다른 걱정이 있다. 서툴러서 실망시킬까, 거절당할까, 어디서 만나야 할지 모르겠다, 뭘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. 나이는 그 걱정들을 한 단어로 뭉친 꼬리표다. 나이에 답해 주는 사람은 많지만, 꼬리표 뒤의 걱정에 답해 주는 사람은 없다.

서툰 것에 대해서만 숫자를 두 개 적어 둔다. 실제 연애 중인 19~39세 500명에게 사귀기 전에 몇 번 만났느냐고 물었더니 가장 많은 답은 3회(48.0%)였다. 한 번에 결판나지 않는다. 그리고 미혼 20~49세 1,000명에게 썸 단계에서 연애 목적이나 가치관을 솔직하게 밝히는 것에 대해 물었더니 부정적인 응답은 6.0%였다. 서툰 것을 숨기는 비용이 말하는 비용보다 훨씬 크다는 뜻이다.

이번 주에 할 일

꿀팁은 없다. 대신 세 가지를 스스로 물어보면 좋겠다.

  1. 내가 정해 둔 데드라인이 있나? “올해 안에”, “서른 전에”. 있다면 누가 정했나.
  2. “늦었다”는 생각이 들 때 머릿속에 떠오르는 비교 대상은 누구인가. 그 사람은 열 명 중 일곱 명 쪽이고, 당신은 세 명 쪽이다. 둘 다 정상 범위다.
  3. 나이를 빼고 다시 물어보면, 내 진짜 걱정은 한 문장으로 뭔가.

세 번째 답이 당신이 실제로 풀어야 할 문제다. 그리고 이 블로그의 다음 글들이 다룰 주제다.

이번 주 최소 행동은 하나다. “N살인데 가망 있나요”를 어디에 올리려던 손을 멈추고, 세 번째 질문의 답을 한 문장으로 적어 두는 것. 아무에게도 보여 주지 않아도 된다. 그 문장이 생기는 순간 질문이 바뀐다. “늦었나”에서 “그래서 뭐가 걸리나”로.

연애가 어려운 게 아니다. “늦었다”는 믿음이 연애를 어렵게 만든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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